분당 서현동에서 20년간 살아온 박 모씨(52)는 은퇴를 앞두고 판교에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갔다.
그 전까지 넓은 아파트에서 사는 데 익숙했지만 집이 노후하고 가격도 내려가면서 더 이상 아파트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감히 집을 처분해 단독주택을 지을 돈을 마련했다. 판교에 땅 240㎡를 사서 정원이 있는 2층집을 지었다. 좋은 내장재를 쓰느라 10억원 이상이 들었지만 만족하며 살고 있다.
한국형 주거의 대명사인 아파트의 인기가 시들고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놓으면 오르는 불패신화에 아파트가 최고의 인기를 누려왔으나 주택경기 침체로 열기가 꺼지면서 그간 낮은 투자가치 때문에 빛을 못 보던 단독주택에도 눈을 돌리는 추세다. 일명 듀플렉스로 불리는 `땅콩주택` 같은 저렴한 가격으로 지을 수 있는 실속형 단독주택도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단독주택에 대한 규제 완화도 인기를 높이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스카이홈이 판교에 건립한 전용 165㎡ 규모 단독주택(왼쪽)과 경기도 화성 황초동 데니스힐 전원주택마을에 위치한 연면적 168㎡ 단독주택 모습(오른쪽).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판매 실적을 보면 단독주택의 인기를 읽을 수 있다. 단독주택은 전원주택 외에는 대부분 LH가 분양하는 개별 필지를 매입해 집을 짓는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판매된 단독주택 토지는 면적 기준 47만㎡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만㎡보다 8% 증가했다.
LH가 지난달 23일 판교의 주거전용 5필지에 대한 입찰을 실시한 결과 평균경쟁률 10대1, 최고경쟁률 31대1을 기록했다. 3.3㎡당 가격이 840만~930만원을 호가하는 높은 가격이지만 판교라는 입지와 단독주택에 대한 열풍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단독주택이 최근 들어 각광받는 이면에는 5ㆍ1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있다.
5ㆍ1대책으로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의 층수 제한이 완화되고 가구수 규제가 폐지되면서 단독주택의 수익성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택지지구 내 주거전용 단독주택은 종전 2층에서 3층으로, 점포 겸용 단독주택은 3층에서 4층으로 층수 제한이 완화되면서 같은 면적의 땅을 확보해도 50% 이상 넓은 면적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5월 이후 LH의 단독주택 필지 판매 실적도 눈에 띄게 늘었다. LH에 따르면 지난 4월 팔린 단독주택필지는 171필지였으나 5월엔 467필지로 170%가량 상승했다.
이번달엔 보름 동안 217필지를 팔 정도로 단독주택 필지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단독주택 건립 비용이 낮아진 것도 잠정적인 고객을 늘리게 했다. 과거 단독주택이라고 하면 10억원이 넘는 고가의 타운하우스를 연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지을 수 있는 주택이 늘어나고 있다.
토지 가격에 따라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건축비만을 고려한다면 설계비, 공사비, 세금까지 더해서 3억~4억원 내외(건물면적 200㎡ 경우)로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 화제가 된 땅콩주택은 토지와 건축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기존 단독주택 건립비용의 절반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설계기간 2개월, 공사기간 4개월 정도가 소요되므로 반 년 만에 입주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에게는 특히 좋은 조건이다.
최근에는 주거용 단독주택뿐만 아니라 1층에 상가 점포를 두고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점포형 단독주택도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상권이 좋아 높은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과 거주환경이 좋은 곳은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거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