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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마솥에 누룽지(다시 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

    이은숙 2012.06.28 5465

  • 허름한 지붕 아래
    뒷뜰로 돌아가 들어가면
    가마솥 하나가 덩그러니 앉아있다.

    산에서 주워온 나뭇가지에 불을 지펴
    밥을 하다보면
    눈이 매워 절로 눈물이 났다.

    밥이 뜸들때쯤 한번 더
    나뭇가지를 넣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밥을 퍼고 남은 자리엔
    살짜기 누룽지가 나 잡아잡숴한다.

    이제는 어디 가서도
    그런 맛을 느껴보기 드물다.
    아, 옛날이여!

                

    지금은 전기압력밥솥도 있고 가스불도 있어서 밥을 할려면 정말 편하다.

    그런데 내가 어렸을때 초등학교 저학년때만 해도 가마솥에 밥을 하던 생각이 난다.

    뒤에 있는 산에 가서 직접 나무도 해오고 하던때가... 가끔 누룽지 먹고 싶어서 냄비밥

    해 먹어봐도 정말 그때 먹던 누룽지맛은 느껴 볼래야 느낄수가 없다.

    만약 지금 불을 지펴서 밥을 하라고 한다면 불편해서 그걸 어떻게 하냐고 하실분들 많겠지.

    하지만 그 시절에는 불편한것 자체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당연히 산에 가서 나무를 해야했고 밥을 먹기 위해서는 당연히 불을 지펴야했다.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모을때가 생각이 난다. 그리고 떨어진 솔잎들을 까꾸리로 모아서

    가마솥 옆에 쌓아두면 어느새 닭들이 한마리씩 들어와 거기에 알을 낳고 가곤했다.

    참으로 신기한 녀석들이었다.

    가끔은 산에도 올라가서 보면 움푹 파여진 자리를 들여다보면 달걀이 있었다.

    어떻게 산에 올라가서 알을 낳을 생각을 했을까 싶다.

    집안에 낳으면 자신들이 낳은 알들이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가는게 아쉬웠던 것일까,

    알을 품고서 새끼를 까려고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닭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사람 눈에 발견된 이상 그냥 두면 다른 짐승에게

    먹힐 것이 분명했다. 족제비가 닭도 물어가는데 어찌 낳은 알을 그냥 둘리 만무했다.

    산에는 뱀들도 많았고 산짐승들이 많아서 닭이 병아리를 본 일은 없었다.

    아직도 내가 어린시절 살던 고향에 가면 여전히 부모님이 사신다.

    예전에 살았던 작은 집은 구들장만 남아 있을뿐이고 작은 텃밭이 되어서 엄마가 깻잎이랑,

    가지, 고추, 상추, 호박, 박 등 조심씩 심어 가꾸신 채소들이 밥상에 오르곤 한다.

    산 바로 아래 위치해 있는 작은 시골 동네에서 한번 나갈려면 한시간에 한번 있는

    마을버스를 타고 나가야하고 학교에 갈려면 또 다시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다녔는데,

    불편한게 너무 싫어서 늘 떠나고 싶었었다.

    집에 갈려고 시내버스에서 내려 마을버스 시간이 맞지 않으면 한시간이나 기다려야해서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버스를 타고 내려서 집까지 걸어서 가기도 했었는데

    집까지 가는 논길에서 제일 무서웠던건 가끔 뱀을 만날때가 아니었나싶다.

    한때는 정말 산이며 들, 때로는 집 마당까지 뱀이 기어 다녀서 무서움에 치를 떨던때가

    있었다. 지금도 생각하고 싶지 않는 일들인데, 그래도 시골에 살면서 많은 것을 보고

    자랄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좋은것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논뚝 길을 걸으며 들꽃도 꺾고, 풀잎 따다 풀피리도 불고, 토끼풀 사이에 숨어 있는

    네잎클로버를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늘 먹는건 밭에서 나는 채소들이지만, 지금도 그때 먹었던 것들이 더 좋다고 생각되는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싶다.

    시골을 떠나 살면서는 모든걸 다 사먹어야하고 혹시나 몸에 좋지 않을까 때로는 걱정도

    하게 되니까. 가끔은 사람들이 왜 생선을 안 좋아하냐고 묻곤한다.

    그 이유는 어릴때부터 밭에서나는 채소들만 먹고 자라서인것 같다.

    음식도 먹어봐야 맛을 알듯이 못 먹어본 것들이 나에게는 너무나 많아서 가끔 누군가를

    만날때 밖에서 밥을 먹을때가 제일 고민이 되곤한다.

    먹어본 음식들이 많이 없으니 뭘 먹어야 맛있는지 도대체 알수가 없으니 메뉴 고르는게

    힘들다. 난 채소들만 많은 밥상이라도 밥 한그릇 뚝딱 잘 비울수 있다.

    그래서, 난 뭘 먹을지 나에게 선택을 바라는 사람보다 뭘 먹어도 맛있게 먹을수 있게

    알아서 추천해 주는 사람이 더 좋다. 뭐 맛있는 음식이 특별한게 있겠는가.

    누구와 함께 먹느냐가 더 중요할테니까...

    조금은 불편할지라도 나는 나이가 더 들면 도시를 떠나서 한적한 시골에서 살고 싶다. 

    작은 텃밭에 갖가지 먹을수 있는 채소들을 심어서 가꾸며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나눠 줄수

    있는 인심도 좋지 않을까한다. 이렇듯 누구나 꿈꾸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한다.

    안전한 먹거리, 때로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풍경들을 생각하며 늘 건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