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우리에게 말해 준 것들
<월든> 의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는 이 책의 머리에 쓰여 있듯 좀더 ‘신중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월든 호숫가에 다섯평이 채 되지 않는 오두막을 지어 2년 2개월간 실험적인 생활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기도 전에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신중한 삶’ 이란 대체 어떤 삶을 말하려는 것일까? 그저 그렇게 넘어가며 읽다가 후에 다시 <월든>에 대해 검색하다 우연히 다르게 해석된 문장을 보고서야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신중한 삶을 영위한다는 말은 즉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겠다는 의미였다. 숲속으로 들어가 ‘의도적으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함으로써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무소유 정신’ 에 대해 단순히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사는 것’ 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소로의 의미 있는 한 문장은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그의 월든 호숫가에서의 생활에 대한 소감을 한 마디로 적어보자면, 말 그대로 ‘모든것의 내려놓음’ 이라고 생각한다. 난 그가 다섯평 남짓한 집을 직접 지어 생활하는 것에서부터 상당한 존경심을 느꼈는데, 그런 의미에서 그의 식단은 내게 더욱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그가 말했듯 정말이지 소박한 식사로 2년 간을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그것 마저도 자신의 식욕 때문에 다양하게 먹은 것이란다. 거의 기원전 2세기 무렵의 조리법으로 제작한 빵, 물을 적게 마심으로써 유지하는 염분! 이렇듯 그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생활에서 난 나의 이번 일주일 간의 식단을 생각해보며 반성했다.
이 책 속엔 저자의 숲 속 생활을 비롯하여 그가 현대인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많은 메시지들도 담겨 있다. 그런 그에게서 주로 느껴지는 분위기는 ‘현대 사회에 대한 회의감’ 이었는데, 심지어 그는 세계 곳곳에 철도를 까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로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였기에 인상깊은 내용이었으나 공감 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매우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다. 바로 ‘교육’ 에 관한 그의 언급이었다. 그는 삶을 실제로 경험해 보는 것이 수학을 배우는 것 만큼이나 우리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하면서 현대 사회의 주입식 교육에 대해 비판했다. 교육의 결과로 많은 가난한 학생들이 경제학을 배우고 있지만, 그러는 동안 그들의 아버지는 갚을 길 없는 부채에 빠져버린다는 그의 글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이러한 그의 많은 메시지들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자선’ 에 대한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자선활동에도 역시 그리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선이 우리의 이기심에 의해 지나치게 높은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선함이 부분적이거나 일시적인 행위여서는 안 되며, 그것은 늘 남아도는 것, 그 사람에게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의식적이지도 않은 행위여야 하는 것이다.” 그가 말한 대로라면, 뛰어난 자선가들은 순식간에 거짓된 위선가로 변해버린다. 나는 이 내용에 무조건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도 전부터 생각해 왔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중에 커서 ‘위선가’ 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직 내겐 너무 어려운 질문이면서도,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내게 본질적인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볼 기회를 준 책 <월든>. 책을 시작할 땐 나 역시도 월든 호숫가에 가서 살아보고 싶었지만, 책이 끝나고 나자 ‘난 이렇게 못 살겠다’ 하는 마음이 강했다. 소로의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정신이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그렇게 살아보고 책으로써 우리에게 말해준 것들을 통해서 나도 잠시 월든 호숫가에서 휴식을 취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아하게 된 구절로 마무리 해 볼까 한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낡은 옷을 입고 하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가지고 할 무엇’ 이 아니라, ‘해야 할 무엇’, 또는 ‘되어야 할 무엇’ 인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해지고 더러운 낡은 옷이라 해도 너무나 열심히 일한 나머지 헌옷을 입고도 새 사람이 된 듯이 느껴질 때까지는, 또 헌옷을 새 술을 담을 낡은 부대처럼 느낄 수 있을 때까지는 새옷을 구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