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컵의 물 9 회 | 2013-01-29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은 유대인을 모두 학살하려 했다. 그러나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는 '양심'이었다. 그래서 독일군의 최고사령관은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다. 유대인을 짐승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독일군은 유대인 3만 2천 명을 수용한 시설에 화장실을 단 하나만 만들었다. 그러고는 하루 내내 화장실 가는 것을 두 번으로 제한할 뿐 아니라 낮에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탓에 늘 수십 명의 사람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줄을 길게 섰고, 심지어 자기 차례가 오기 전에 화장실 문이 닫혀 버리는 상황도 발생했다.
유대인들은 생리적 고통에 시달리다가 아무 곳에나 배변을 보기 시작했다. 한밤중에는 아예 밥그릇에 용변을 보았다. 결국 날이 갈수록 수용소 안은 악취로 가득 찼다. 예상대로 그런 모습은 독일군으로 하여금 거리낌 없이 유대인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전쟁이 끝날 무렵 독일군이 죽인 유대인은 약 6천 명. 하지만 그런 참혹한 수용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반 컵의 물' 때문에 살았다고 말했다. 매일 새벽이면 독일군이 커피 한잔을 주었는데, 거의 맹물과 같았다. 그들은 물을 반 컵만 마신 뒤 남은 물을 옷이나 수건에 적셔 얼굴을 닦았다고 했다. 비참한 현실일지라도 최소한 인간다운 모습으로 있기를 원했던 몇몇 유대인들. 반 컵의 물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고 노력한 그들에게는 독일군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