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남 드래곤즈 골키퍼 김병지입니다."
올 봄부터 전남 연고지 광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유종호 사장 등 전남 구단 임직원들은
"저런 선수 처음 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올해 입단한 전남 베테랑 골키퍼
김병지(43)의 프로의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
김병지는 최근 가족들과 함께 홈구장인 광양축구전용구장 인근 주택으로 이사했
다. 아내 김수연 씨는 물론 첫째 태백이(15)와 둘째 산(12), 막내 태산(7) 등 아들
3명도 모두 광양으로 내려왔다. 태백이는 전남 유스산하인 명문 광양제철중으로
팀을 옮겨 골키퍼를 맡고 있다. 산이는 광양제철남초에서 공격수로 뛴다. 전
남 관계자는 "결혼한 선수들의 경우, 아이들 교육 문제 등으로 가족은 서울 등에
남겨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김병지 가족은 모두 내려왔다"고 약간 놀라
는 표정을 지었다.
전남 측이 더 놀란 것은 김병지의 행동이다. 운동 선수의 경우, 대개 운동만 열심
히 하면서 팬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외출할 때는 주위 시선을 피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병지는 아니다.
그는 음식점이나 슈퍼마켓등을 갈 때 항상 점포 내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전남 경기를 홍보한다.
자신의 정성에 마음을 움직인 광양 지역 사람 한 명이라도 더 경기장을 찾아주길
바라는 뜻이다. "안녕하세요. 전남 드래곤즈 골키퍼 김병지입니다"라고 고개 숙
여 인사한다. 술은 입에 대지 않는 등 자기 관리가 철저하기 때문에 어디서든 얼
굴을 가릴 일 자체가 없다. 케빈이 지난 해 대전에서 뛸 때 대전시민들에게 명함
을 나눠주고 홈 경기를 홍보하는 등 외국 선수들 사이에선 보편화됐지만 한국 선
수들에겐 아직 낯선 행동이다. 그러나 K리그 클래식 최고참 김병지는 스스럼 없
이 인사하고 대화하며 전남의 '홍보도우미'가 되고 있다. 정구호 전남 홍보팀장
은 "전남 경기를 알리는 것은 물론이다. 김병지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축구 선수
들에 대해 갖는 이미지도 매우 좋아졌다"며 "400여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전남에
서 생활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김병지 같은 선수는 처음"이라고 감탄했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