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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 후 살고 싶은 전원주택지 Best 10…양평·광주·가평 ‘입지 트리오’

    관리자 2015.11.05 8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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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대기업에서 은퇴한 이상준 씨(가명·55)는 아내와 상의한 끝에 수도권 전원주택으로 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학생인 두 딸은 이미 독립했고 직장생활도 끝나 굳이 값비싼 서울 강남 34평 아파트에 거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지역을 골라야 안락한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 그는 “답답한 서울에서만 30년 이상 거주한 만큼 노후생활은 공기 좋은 시골에서 시작하고 싶다. 서울과 멀지 않으면서도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서울 도심을 떠나 한적한 곳에 위치한 전원주택을 구입하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전원주택을 구입할 때 고민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역 선택에서부터 부지 매입, 건축자재 구입, 인허가 과정을 생각하면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이왕이면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싶지만 막상 땅값, 건축비를 포함하면 비용 부담도 만만찮다.

    매경이코노미는 부동산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은퇴 후 전원주택 입지로 좋은 곳은 어디인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경기도 양평군이 단연 1위로 꼽혔다. 전문가 1명당 3표씩 복수응답했는데 전체 응답자의 25%가 양평을 꼽았다. 이어 2위는 경기도 광주시(16.7%), 3위는 가평군(15%)이 차지했다. 4위는 용인(11.7%), 5위는 남양주(8.3%)가 꼽히면서 1위부터 5위까지 경기도가 싹쓸이했다. 서울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진 경기도가 전원주택 투자지로 적합하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대표 휴양지 제주도(6.7%)가 6위를 차지했고 7위는 경기 북부에 위치한 파주시(5%)다. 공동 8위는 인천 강화군, 강원도 홍천, 평창(각각 3.3%)이 차지했다.

    전원주택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변수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교통, 편의시설, 자연환경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 전문가 중 절반가량이 ‘편리한 교통(10명, 50%)’을 꼽았고 병원 등 다양한 생활편의시설(25%)과 쾌적한 자연환경(20%)을 추천하는 이도 많았다. ‘부동산 가격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1명에 불과했다.

    전원주택 투자 붐이 일면서 최근 전원주택을 지을 때 쓰이는 자재도 나무, 황토, 컨테이너 등으로 한층 다양해졌다. 농장 한가운데 놓인 컨테이너주택뿐 아니라 토굴형 콤팩트하우스, 하나의 대지에 두 가구가 살 수 있도록 설계한 땅콩주택도 엄연한 전원주택으로 대접받는 시대다.

    전문가들은 전원주택을 지을 때 가장 추천하는 자재로 나무를 꼽는다. 부동산 전문가 20명 중 8명(40%)이 목조주택을 선택했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목조는 단열 효율성이 높은데다 유해 물질이 없고 습도 조절이 용이하다. 주택을 보수할 때도 원하는 부분만 해체해 수리할 수 있고 수명도 대체로 50년 이상인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철근콘크리트(6명, 30%), 패시브(4명, 20%), 황토주택(2명, 10%)이 뒤를 잇는다. 철근콘크리트주택을 추천한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전원주택은 사계절을 견뎌야 하고 장마 습도에 강한 내구성도 필요한 만큼 철근콘크리트를 기본으로 하고 벽돌을 가미한 형태가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요즘 전원주택 유형으로 급부상한 패시브주택도 인기몰이 중이다. 일명 에너지 절감형 주택으로 태양열을 이용해 난방 설비 없이도 한겨울에 평균 20도가량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보통 전원주택은 겨울에 난방비가 많이 드는데 패시브주택은 에너지 효율이 높아 관리비를 절감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전원주택 용도에 따라 자재 선택을 달리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한태욱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주말에만 이용하는 세컨드하우스의 경우 건축과 관리가 쉬운 소형 컨테이너주택이 좋겠지만 사계절 내내 거주하려면 패시브주택처럼 실용성 높은 친환경 주택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전원주택 수요층은 보통 은퇴한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라 전원주택 짓는 데 많은 비용을 들이긴 어렵다. 전원주택 투자금액으로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1억원 이상 3억원 미만이면 충분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60%를 차지했다. ‘3억원 이상 5억원 미만 정도는 필요하다’는 응답도 35%를 얻어 대부분 전문가들은 ‘전원주택 지을 때 3억원 내외가 적당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주택 규모 역시 무리해서 키울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 생각이다. 부동산 전문가 중 40%는 ‘30평 이상 40평 미만이 적당하다’고 답했고 ‘20평 이상 30평 미만(35%)’이 그 다음이다. ‘20평에 못 미쳐도 충분하다’는 응답도 15%나 됐다.

    김경래 OK시골 사장은 “도시를 영원히 떠나 농촌에 정착하는 게 아니라 도시, 농촌을 오가며 사는 멀티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이 대세인 만큼 50평 이상 대규모 전원주택을 지을 필요가 없다. 대지면적 180평, 건축 연면적 30평 정도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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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원주택 유망지 특징 살펴보니

    ‘탁월한 자연환경·편리한 교통’ 공통점

    전원주택 투자 유망지역으로는 양평, 가평, 남양주 등 경기도 시군이 강세다. 이들 지역이 상위권에 꼽힌 이유는 서울과 멀지 않고 교통이 편리한데다 수려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덕분이다.

    1위에 오른 경기도 양평은 수년 전부터 고급 전원주택이 자리 잡은 전원주택 명소로 불린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자연환경이 좋은데다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서종IC까지 서울에서 30분 내로 이동할 수 있어 직장에서 은퇴한 이들뿐 아니라 출퇴근하는 이들도 거주가 가능한 곳이다.

    양평 내에서도 ‘양평의 강남’으로 불리는 서종면을 비롯해 양서면, 옥천면, 강하면, 용문면 일대가 전원주택 인기지역이다. 땅값이 평균 3.3㎡당 100만원 내외인데 강과 인접해 있거나 전망이 좋은 곳은 200만원을 넘어선다. 박합수 팀장은 “한강변을 따라 펼쳐진 자연환경이 탁월한데다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 평일 출퇴근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주말에 경춘고속도로를 비롯해 서울~양평을 잇는 도로 정체가 극심하다는 건 흠이다.

    2위에 오른 경기 광주시는 대부분 지역이 팔당상수원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있어 경기도 내에서도 청정지역으로 꼽힌다. 서울과 이천, 용인을 연결하는 수도권 교통 요충지라 직주근접형 전원주택지로 인기다. 광주 퇴촌면, 남종면 일대에는 단독형 전원주택지가 형성돼 있고 부유층 별장도 꽤 많다. 퇴촌면 전원주택 부지의 경우 937㎡ 매매가가 3억2000만원 수준이다. 퇴촌면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농지의 경우 3.3㎡당 매매가는 100만원가량인데 비싼 곳은 150만원을 넘나든다. 은퇴한 부유층이 전원주택 지을 만한 땅 시세를 많이 물어보는데 매물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가평군(3위)은 양평 못지않게 전원주택뿐 아니라 세컨드하우스 지역으로도 인기다. 경춘고속도로 설악IC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40분 정도 걸린다. 가평에서도 설악면, 북면, 상면 일대가 최고 전원주택지로 인정받는다. 축령산이 인접한 상면에는 늘예솔전원마을처럼 전원주택단지가 대거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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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5위를 차지한 용인과 남양주는 양평, 가평에 비해 각종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게 매력이다. 용인은 이미 도시 형태로 개발돼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섰지만 잘 찾아보면 전원주택 지을 만한 땅이 꽤 있다. 용인시 원삼면 일대 땅값은 3.3㎡당 100만~150만원 수준. 멀지 않은 분당, 수원 일대에 대형 병원이 위치해 인프라 환경도 좋은 편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용인 원삼면 사암리, 좌항리, 고당리 일대는 빼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데다 서울과 세종시를 연결하는 제2경부고속도로가 추진되는 만큼 향후 땅값 상승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남양주의 경우 수동면, 조안면 일대에 전원주택이 많이 들어서 있다. 조안면의 경우 중앙선 운길산역이 가까워 자가용이 없는 이들도 얼마든지 전원주택 생활을 누리는 게 가능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호재로 인프라가 좋아지는 강원도 평창, 홍천(공동 8위)도 눈여겨볼 만하다. 강원도라는 거리감 때문에 선뜻 전원주택을 짓기가 망설여지지만 갈수록 도로 여건이 좋아질 예정이라 서울 진입에는 별 무리가 없다.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경춘고속도로가 닿아있는데다 앞으로 서울~강릉 간 고속철도,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교통 여건이 훨씬 좋아진다.

    특히 홍천은 양평, 가평군과 인접해 서울에 진입하는 시간은 경기도 시군과 별 차이가 없다. 홍천군 서면의 경우 대지면적 600㎡, 연면적 50㎡짜리 전원주택 매매가가 2억원가량으로 저렴한 편이다. 평창의 경우 정부가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평창 대관령면 일대를 세계적인 관광휴양도시로 조성하기로 해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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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전원주택이 몰려 있는 가평 늘예솔전원마을.
    전원주택 투자할 때 유의할 점

    부지 고르기 앞서 토지 용도 따져봐야

    전원주택에 투자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전원주택 입지로 강변지역이 좋지만 홍수로 인한 범람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기존 마을 주변을 고르는 게 안전하다. 남쪽으로 공터가 있거나 탁 트인 곳, 땅 모양은 남쪽 방향으로 길어 집짓기에 편한 곳이 좋다. 지형이 낮아 침수가 우려되거나 주변에 공장, 축사 같은 오염시설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전원주택 부지를 고를 때는 해당 시군청에서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발급받아 용도지역이 관리지역인지 따져봐야 한다. 관리지역 내 농지나 임야여야 개발이 유리하다. 토지를 매입하기 전 토지대장, 지적도 역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땅을 직접 사들여 전원주택을 지으려면 허가부터 준공까지 인허가 과정이 만만찮은 만큼 이미 조성된 전원주택단지를 매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도로, 상하수도, 전기, 인터넷, 정화조 등 각종 인프라시설이 설치돼 있으면서 20가구 이상 거주하는 전원마을이 안전하다. 김일수 스타아시아파트너스 대표는 “전원주택을 지을 때는 땅값 부담이 크고 건축 과정에서 신경 쓸 게 많아 각종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전원주택단지 매물을 저가에 매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좋은 입지에 자리 잡은 노후주택을 싼값에 매입해 리모델링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원생활에 자신이 없다면 전원주택 소재지에서 미리 거주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는 “연고가 없는 지역에 무작정 전원주택을 짓기보다는 원하는 전원주택 소재지에서 전월세로 살아본 후 이주를 결정하는 게 좋다. 수억원 자금을 쏟아부어 전원주택을 지었다 정착을 못하면 다시 도시로 나와야 하는데 환금성이 낮아 거래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조언했다.

    양평 전원주택에 거주하는 손동명 씨

    50평 주택 건축 3억원이면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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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5월 가족과 함께 경기도 양평군으로 내려와 개군면 공세리 한 언덕 자락에 전원주택을 마련했다는 손동명 씨(71). 어느새 전원생활 3년 차에 접어든 그는 “장모님과 아내, 아들 내외와 손주까지 4대가 함께 내려와 생활하고 있다. 지금은 전원생활에 완전히 적응했고 동네 주민들과도 어울리며 즐겁게 지낸다”며 웃음 지었다.

    서울에서 30년 넘게 일한 손 씨가 처음부터 시골로 내려와 생활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은퇴 후 서울 도심 가까운 어딘가에 단독주택 하나 마련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는 했다. 그래서 은퇴 후 2000년 경기도 용인 수지구 아파트로 이사 온 뒤에도 인근에 집 지을 땅이 없나 수년 동안 알아봤다. 하지만 이미 땅값이며 집값이 오를 대로 올라 있는 용인에서는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해 입맛만 다셔야 했다.

    그러던 중 심장과 척추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세 차례 큰 수술을 겪었다. 덜컥 겁이 나 곧장 공기 좋은 전원생활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고향과 가까운 영남권으로 이사할까 생각도 했지만 30년 넘게 생활한 수도권을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마침 양평에 살던 처제가 좋은 자리가 있다며 부지를 소개해줬다.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산에 둘러싸인 아늑한 이곳이 마음에 쏙 들어 이주하기로 결정했다.

    집은 목조주택으로 짓기로 했다. 친환경 소재인데다 겨울마다 기온이 뚝 떨어지는 양평에는 열손실이 낮은 목조주택이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벽돌주택보다 건축비가 저렴하고 공사기간도 2~3개월로 짧다는 것이 장점이다. 은퇴하자마자 단독주택에 관심을 갖고 틈틈이 공부를 해둔 게 큰 도움이 됐다.

    “국민대 평생교육원을 다니며 목조건축디자인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주택·건축 관련 박람회에도 찾아가 정보도 얻고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수도 없이 했지요. 은퇴 후 10년이 지나니 나라님보다 많은 게 ‘시간’인 덕분입니다(웃음).”

    100평짜리 땅을 사서 50평짜리 집을 짓는 데까지 소요된 비용은 총 3억원이 채 안 됐다. 공사비가 높은 지열 보일러와 고급 자재를 사용해 일반적인 공사였다면 평당 600만원 이상 들었을 테지만 발품을 팔면서 비용을 아낀 덕분이다. 지열 난방 같은 그린에너지 시스템은 에너지관리공단에서 건설비 절반을 지원해주고, 또 일부는 지자체에서 보태준다는 게 손동명 씨 귀띔이다. 고급 인테리어 자재라도 시공업체를 돌아다니면서 남은 물량을 싸게 구해 비용을 줄였다.정원의 잔디나 나무 같은 조경도 인부를 부르지 않고 아내와 오순도순 직접 꾸몄다.

    보통 전원생활 초기에는 주변에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30여가구 되는 동네 이웃들과도 사이좋게 지낸다. 처음에는 외지인이라고 낯설어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쑤어놓은 도토리묵을 나눠 먹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

    “전원생활을 시작한 사람 중 원주민과의 불화 때문에 결국 도심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어요. 삭막한 도시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이웃들과 잘 지내지 못해 그런 경우가 많지요. 먼저 마음을 열고 이웃에 인사하러 가보세요. 다들 아낌없이 도움을 주려 할 겁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95호(2015.02.11~02.24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