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투자해 볼까. '
'길을 따라 투자하면 손해보지 않는다'는 말은 부동산 투자 격언 중 하나다. 뚫리는 길을 따라 '돈맥'이 흐르는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교통이 좋아지는 지역에는 개발이 활발해져 사람들이 몰려들고,집값과 땅값이 덩달아 올라왔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 나들목(IC) 주변,주요 전철역사 부근의 아파트나 토지가 '투자 1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서울 강남(강남 · 서초 · 송파구)을 최고의 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끌어올린 것도 명문 학군 외에 잘 발달된 교통망의 역할이 컸다. 잘 발달된 간선도로와 지하철노선(2 · 3호선)이 '강남시대'를 열게 만든 일등공신 중 하나라는 얘기다. 경부고속도로가 성남 분당 · 판교,용인 죽전,화성 동탄,수원 등을 '경부축'으로 묶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대는 변했지만 '길따라 투자'라는 부동산 재테크 공식은 여전히 깨지지 않았다. '길의 힘'은 여전하다. 도로나 전철이 '돈길'이 되는 만큼 실수요나 투자자들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는 대형 교통 호재가 많아 투자 환경이 크게 바뀐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춘천,대전~당진 등 7개 구간에서 314.5㎞의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충주~제천 등 9개 구간 434.8㎞가 착공된다.
부동산포털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개통되는 고속도로 인근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단지는 총 38곳 3만2323가구다.
과거 경부고속도로처럼 남북을 관통하는 길이 이제는 점차 국토의 동서를 횡단하는 길로 바뀌고 있다는 게 다른 점이다. 수도권에 거미줄 같은 지하철망이 신설되면서 '지하철 연장의 힘'이 도로 못지않게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새로운 변화다.
수도권에서 눈여겨볼 만한 '돈길'로는 △서울 지하철 9호선 △경의선 복선전철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구간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서울~용인 간 고속도로 등이 꼽힌다.
올해 새로 운행될 주요 수도권 전철노선은 서울 강서와 강남을 연결하는 9호선(개화~신논현),경기 서북부와 서울을 잇는 경의선 복선전철(문산~성산),인천 송도국제신도시를 지나는 인천 지하철 1호선 연장구간(동막~국제업무지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3개 노선 인근에서 올해 공급될 아파트만 2만7000여가구에 달한다.
다음 달 개통 예정인 서울 지하철 9호선은 강남 출퇴근이 번거로웠던 강서구 방화동 · 가양동 등을 부동산시장에서 새롭게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9호선이 지나는 주변 지역인 강서구 동작구 여의도 등의 주민들도 기대감을 갖고 있다. 강서구 아파트 단지의 경우 올 들어 작년보다 눈에 띄게 매수세가 늘고 있다.
7월로 예정된 경의선 복선전철 개통은 파주와 문산 고양 일산 등 경기 서북부 지방에 대형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서울 접근성이 개선되는 만큼 '경의선 효과'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음달 인천 지하철 1호선 연장선이 개통되면 신규 분양이 많은 송도신도시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도로 중에는 7월 개통될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에 눈길이 가장 먼저 간다. 기존 46번 국도를 이용할 때보다 소요시간이 30분 정도 단축돼 남양주 와부읍과 화도읍 양평 가평 춘천 홍천 일대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춘천지역은 작년부터 인구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집값도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춘천시 아파트값은 지난해 4.89% 올라 강원도(평균 0.87%)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6월 개통을 앞둔 서울~용인 간 고속도로는 용인 일대 미분양 아파트에 햇살을 들게 만들 수도 있다. 용인에서 강남까지 30분 내에 진입이 가능해지는 데다,상습정체로 시달리고 있는 경부고속도로의 교통량이 분산돼 분당,수지,판교,광교,수원영통 지역 등이 혜택을 보게 된다.
서수원~평택(9월 개통) 간 민자 고속도로는 수도권 서남부(오산 평택 화성) 지역의 교통체증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서 롯데건설 일신건영 풍성주택 대한주택공사 등이 아파트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10월 하순 개통되는 인천대교는 송도국제도시와 영종하늘도시 주변 부동산시장에 호재다. 송도국제도시와 영종도를 잇는 21.3㎞의 다리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송도까지 차로 20분이면 닿을 수 있다. 포스코건설과 현대건설 우미건설 신명종합건설 등이 인근에서 신규 분양을 준비 중이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이달 개통되는 대전~당진 간,공주~서천 간 고속도로는 충남권 부동산 투자지도를 확 바꿔놓을 수도 있다. 올해 착공됐거나 공사 예정인 울산~포항,상주~영덕,영주~상주,충주~제천 구간 주변 시장도 관심 대상이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개통을 앞둔 역세권이나 도로 주변 부동산값은 사업계획이 발표되는 시점과 착공할 때 두드러진 상승세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미 호가가 지나치게 올랐을 경우 기존 아파트보다는 세제 및 금융 혜택이 많은 미분양 물량에 관심을 갖는 게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