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에서 보내는 귀농편지(연작)
한달만 더 지나면 상주에 온지 꼭 일년이 되는군요.
작년 10월 20일경 곶감농장에 인턴한답시고 부랴부랴 내려왔는데 벌써 만 일년이라니...
농촌에서는 본격적 수확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만 사실상 농사는 끝나고 여물기만
기다리는 상태입니다.
지금쯤 지난 일년 간의 귀농감상문을 정리해도 별 무리는 없을 듯해서 시간순서가 뒤섞이더라도 연작으로 써보려 합니다.
아직 귀농을 안하신 분들에게는 조금 실감나는 도움글이 되지 않을까요?
첫번째편지. 감농사를 망치다.
봄부터 비가 지지리도 내리더니 구월초 쯤에는 감이 다 빠져버렸습니다.
주된 원인은 계속된 비로 인해 생리적 낙과와 탄저병이 온 것이라고 합니다.
감 뿐만아니라 모든 과일 종류는 비가 많이 계속 오면 생리적으로 낙과가 심하다고 합니다
. 또 비는 농약살포효과를 무력화시키고 계속 오면 농약을 칠 수도 없게 된다고 합니다.
비가 오면 탄저병이 따라온다고 하며 탄저병에 걸린 과일은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런탓 저런탓으로 해서 올해 감농사는 망쳐버렸습니다.
이번 감나무 피해는 평지보다 산쪽으로 갈수록 심해 상주 산쪽에서 충북영동까지 거의
90% 감이 다 빠져버렸다고 합니다.
나무마다 걸린 감을 보기 힘들 정도인데 정작 시월 말 수확철이면 거의 다 빠진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김도 새고 맥도 빠져버렸습니다.
올해 감나무 농사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솔직히 내년 감농사도 겁이 나는군요. 아니 농사 자체가 두렵군요.
하늘이 무섭고 농사를 잘 모르는 나자신이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