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에도 1진 2진 3진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들어가 '재미'를 보고 나오는 이들이 진짜 고수인 1진입니다. 2진은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없고,'끝물'에 들어가는 3진은 큰 손실만 봅니다. "(서울 삼성동 빌딩주 K씨)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습니다. 남들이 부동산 시대가 끝났다고 말할 때 과감히 투자해야 합니다. "(서울 성북동 300억원대 자산가 H씨)
◆지금도 투자 늦지 않아
부자들의 공통점은 남들보다 '빨리' 그리고 '다르게' 움직이는 '부동산 1진'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시장의 흐름을 먼저 읽고 소신껏,그리고 과감하게 투자한다.
강원경 하나은행 압구정골드클럽센터장은 부동산시장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하던 지난해 부동산 투자에 나서 싼 값에 빌딩을 사들인 고객의 사례를 소개했다. 강 센터장은 "작년 상반기에 모든 사람들이 부동산을 쳐다도 보지 않을 때 수백억원대 자산가 한 분이 상반기와 하반기에 수십억원대 물건 두 건을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고객은 작년 4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이면 도로변의 80억원대 빌딩을 매입했고,하반기엔 인근에서 비슷한 규모의 빌딩을 또 사들였다. 매입 당시 공실이 있었고,이후 공실이 줄긴 했지만 지금도 일부 층이 비어 있다.
강 센터장은 고객에게 증권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는데 아직도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부동산 투자에 나선 이유를 물어보았다고 한다. 고객은 "단기간 공실이 발생해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며 3년 이상을 내다보고 투자한 것"이라며 "부동산시장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바닥에 사지 않고는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처럼 부자들은 바닥징후를 발견하면 주저하지 않는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긴 안목을 갖고 2~3년을 기다린다. 부자들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며 "남들이 부동산 시대가 끝났다고 말할 때가 바로 투자 적기"라고 강조한다. 상당수 부자들은 "부동산시장 바닥은 작년 하반기였지만 아직도 투자가 늦은 것은 아니다"며 "자신의 자금 동원력을 파악해 잘 알고 있는 지역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치밀한 수익률 계산은 기본
"제가 그 당시 빌딩을 산다고 할 때 사람들이 다 미쳤다고 했죠."(서초동 김모씨)
감각적인 '촉'이 발달한 부자들은 경기가 어려울 때 더 많은 투자를 한다. 이들은 10년 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등 두 번의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더 큰 부자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기 때 망하는 부자도 있지만 진짜 부자는 위기를 통해 탄생하는 법이다.
금융사 프라이빗뱅커(PB)들이 소개하는 상당수 부자들은 위기 때 투자에 나선 사람들이다. 외환위기 때 7억원짜리 소형빌딩을 매입해 지금은 빌딩의 자산가치가 50억원대에 이르는 김모씨,글로벌 금융위기 때 서초동 땅을 헐값에 매입했다가 최근 200억원짜리 빌딩을 올린 인사동 박씨 등은 PB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신흥부자 사례다. 부자들의 투자는 과감한 베팅이 필수적이다.
세무 공무원 출신으로 서울 강북에 빌딩 네 개를 소유한 전모씨는 '이 빌딩이다' 싶으면 매입을 결정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빠른 판단이 가능한 이유는 치밀한 수익률 계산 능력이 있어서다. 부자들의 머릿속엔 계산기 하나가 들어 있다. 예를 들어 5년 후 빌딩의 시세가 두 배로 뛴다면 이 빌딩의 현재 가치는 얼마인지에 대한 계산이 이미 머릿속에 정리돼 있다. 치밀한 수익률 계산은 투자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잣대다. 수익률 계산 능력은 부자들의 핵심적인 재테크 기술이다.
◆부동산도 사람에 투자하는 것
부자들이 투자 정보를 얻는 경로는 '사람'이다. 고급 정보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이다. 이들은 부동산이 소재한 곳의 공인중개사 인맥을 중시한다. 지역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제공하는 특정 지역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한 지역에서 30~40년간 부동산을 중개한 사람들은 물건의 장단점을 속속히 파악한다. 누가 사고 팔았는지,매수자와 매도자의 자금사정은 어떤지,어떤 이유로 사고 팔았는지 손금보듯이 훤하게 알고 있다. 부동산이 어떤 건축규제를 받고,주변의 개발호재는 어떤 것이 있는지 줄줄 외운다.
부자들은 이런 사람들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인맥은 곧 '금맥'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부자들은 인맥관리에 엄청난 정성을 들인다. 비단 부동산에 관련된 사람들만 만나는 게 아니다. 사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두루두루 교류하며 친목을 쌓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냥 아는 정보의 '얕은 인맥'이 아니다. 가족 이상으로 긴밀하게 지내는 '진짜 인맥'이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라면 가족처럼 일할 수 있는 그런 인맥이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