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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은퇴 후 경기 양평으로 거주지를 옮겨 노후를 보내고 있는 박종화씨(63)가 아내 서경자씨와 함께 웃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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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퇴 후 거주지로 각광받는 전원주택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극소수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주로 휴양이 목적이었으며 대부분 자연 경관이 뛰어난 곳에 지어졌다.
1990년대부터 중산층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이 같은 별장 개념의 전원주택이 대중화했다. 게다가 웰빙(well-being) 문화가 각광받으면서 전원주택 붐이 일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전원주택에 대한 인식이 다소 바뀌기 시작한다. 별장 또는 주말 주택 개념이 아닌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은퇴 이후의 생활 터전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고향 아닌 서울 근교에 터전 마련
아무 연고가 없더라도 서울과 가까운 곳에 터전을 잡는 은퇴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서울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한 60세 이상 1만2984명 가운데 경기도로 옮겨간 사람은 전체의 86.5%(1만1230명)에 달했다. 강원도 원주 등 서울에서 2시간 이내에 있는 도시까지 포함할 경우 비중은 90.5%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최근 경기도 용인 양평 가평 여주,강원도 원주 홍천 횡성 등 서울 근교에는 자연스럽게 '은퇴자 주거 벨트'가 형성되고 있다.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 중인 K씨(53)는 은퇴하면 배우자와 함께 서울을 떠나 전원생활을 즐길 생각이다. 그래서 40대 후반인 5년 전부터 은퇴 준비를 해오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3년 전 충남 천안에 전원주택과 함께 땅(전) 2700㎡를 매입했다. 소일거리 삼아 텃밭을 가꾸면서 버섯 재배를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여유가 생기면 배나무도 심어 보려고 한다. K씨가 천안을 노후 생활지로 정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건강하게 인생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건강은 은퇴생활을 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도시보다 전원생활을 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둘째 내 몸에 맞는 생산적인 노동을 하기 위해서다. 농사를 지으며 얻어지는 수확물로도 식료품비 정도는 충분히 충당하고도 남는다. 셋째 땅에다 묻어 두는 재테크를 하기 위해서다. 지난 10년 동안 공시지가의 평균 상승률은 10%를 훨씬 넘어섰다. 예금이자에 따른 소득보다 많다는 얘기다. 자경 농지에 대해서는 각종 조세 혜택까지 주어진다. 특히 천안은 세종시 등과 인접해 향후 발전 잠재력이 높은 곳이다.
◆전원주택 유형에 따라 골라잡자
은퇴 준비를 위해 전원주택을 고를 때는 경제적인 가치를 반드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전원주택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우선 전원형은 경관이 빼어나지는 않지만 전원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논과 밭 등이 위치한 평지에 입지해 있다.
레저형은 휴양시설을 비롯해 주변의 관광지 등을 갖고 있다. 골프장 스키장 온천 등이 있어 전원생활보다는 휴양 개념이 강하다.
취락형은 인근 지역에 기존 농어촌이 형성돼 있는 곳이다.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를 통해 전원생활에 빨리 정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기존 마을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어 초보자에게는 최적의 전원주택 형태다.
수려한 산 속에 자리잡은 임산형과 강 또는 저수지를 조망할 수 있는 지역의 임수형이 있지만 상시 거주해야 하는 전원생활에는 적합하지 않다.
◆전원주택 부지 제대로 고르려면
대부분 전원주택 개발지는 부지와 주택이 별도로 돼 있다. 당연히 주택보다 부지 선택이 훨씬 중요하다. 일단 부지를 매입하기 전 토지이용계획확인원 임야도(지적도) 토지대장 등기부등본 등은 꼭 챙겨봐야 한다. 특히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은 그 토지의 전반적인 이용 실태를 알 수 있는 공문서다.
산이나 언덕을 뒤로 하고 앞에는 강이나 연못 등이 흐르는 배산임수형이 전통적으로 살기 좋은 땅이다. 가급적 남향이나 남동향이 좋지만 일반 아파트와 주택과는 달리 꼭 남향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주택을 지을 때도 건축허가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길이 없는 맹지에서는 건축허가가 나오지 않는다. 기본도로는 폭 4m로,지적상 또는 현황 도로를 확보해야 한다. 지목이 대지일 경우에는 집을 지을 수 있지만 전,답에 지으면 전용에 대한 농지보전 부담금을 내야 한다. 건축비는 3.3㎡당 300만원 선이면 충분하다.
최근에는 동호인들끼리 모여 전원주택을 개발하거나 기존 농가를 사들여 개조해 사는 사례도 적지 않다. 분양 중인 단지형 전원주택지나 기존 전원주택을 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요즘 같은 부동산 침체기라면 시세보다 싸고 분양가가 저렴한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전원주택을 직접 짓든 구입하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집이 아니라 토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건물은 가급적 최소한으로 짓는 것이 땅에도 좋고 나중에 팔기에도 좋다.
◆전원주택 세테크 요령은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처분하고 농가주택을 사기로 결심했다면 세(稅)테크에도 유의해야 한다. 농어촌 주택을 구입하면 1세대 2주택자가 됐다 하더라도 도시주택 처분에 따른 세금을 안 내도 되기 때문이다. 세법상 농어촌주택은 서울 인천 경기를 제외한 읍 · 면 지역 소재 5년 이상 거주한 사실이 있는 상속주택 및 이농주택과 연고지에 귀농 후 3년 이상 영농(농지 1000㎡)에 종사한 귀농주택을 말한다. 물론 기존 도시주택에 대해서는 농어촌주택 구입 전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고 있어야 한다.
농가주택을 헐어 신축하는 방법으로 절세하는 것도 가능하다. 세법을 적용할 때 국내에 2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자가 그 중 한 채를 헐고 나대지 상태로 보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1주택만 소유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주택을 신축(재개발,재건축은 제외)할 때는 신축 주택의 취득 시기(사용검사필증 교부일)가 도래하기 전까지만 1세대 1주택으로 보고 그 다음부터는 1세대 2주택으로 간주한다. 1세대 1주택자로서 양도일 현재 비과세 요건을 갖췄다면 구입한 농가주택을 헐어버리고 새로 주택을 신축해 사용검사필증을 교부받기 전 기존 아파트를 양도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비과세받을 수 있다.
◆핵심 부동산은 그대로 보유해야
서울을 떠나 전원주택에서 여유로운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는 M씨(71)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서울을 찾는다. 그는 여전히 강남에 조그만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매월 임대수익만 수천만원씩 받는다. 부동산을 처분해 자녀들에게 증여할 법도 하지만 살아 생전에는 물려줄 생각이 없다.
현금보다 부동산으로 직접 물려주는 게 절세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다. 실제 현금 30억원을 증여할 경우 내야 할 증여세는 9억252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시세가 30억원(기준시가 21억원)인 건물을 증여한다면 세금은 6억120만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다 전세 보증금과 대출을 낄 경우 현금 증여 때 내야 할 세금의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다.
앞으로 화폐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은행의 예 · 적금은 해마다 올라가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마이너스 금리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금융자산보다는 실물자산인 부동산을 선호한다. 자녀 교육 차원에서라도 사후 증여가 낫다. 만약 자식들에게 재산을 일찍 물려주면 스스로 부자가 되려는 자립심이 생겨날 수 없다고 그는 생각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