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 기묘년 새해 고향에서 즐거운 설 맞으시길 바랍니다

    구병문 2011.01.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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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용의 "향수(鄕愁)"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