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땐 취득세의 1~3배 과태료
"실제 분양 가격은 13억원인데 계약서는 15억원으로 써 드립니다. 이 정도면 양도세는 확실히 아낄 수 있습니다. 이번에 계약하시죠."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A아파트를 사기 위해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직장인 이모(37)씨는 업체 담당자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실제 내야 하는 분양금액보다 2억원가량 더 비싼 값에 집을 산 것으로 계약서를 써 준다는 것. 서울 아파트는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이어서 집값만 오른다면 양도세는 확실히 아낄 수 있는 제안이었다. 이씨는 "양도세를 아낄 요량으로 잠시 마음이 기울긴 했지만 법을 위반하는 것이어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최근 기존 주택 시장은 물론 분양 시장까지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면서 소위 '업(UP) 계약서'가 곳곳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업 계약서는 실제 거래 금액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한 것처럼 계약서를 더 비싼 가격에 쓰는 것을 뜻하는 부동산 업계의 은어(隱語)다.
업 계약서를 쓰고 집을 산 사람은 이후에 집값이 올라 팔 경우 계약서상으로는 양도 차익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실제 3억원을 주고 집을 사고 계약서는 4억원에 산 것으로 했다면 이후에 4억원에 팔더라도 양도세는 내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다운(Down) 계약서'는 실제 거래 금액보다 더 낮은 가격에 산 것으로 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양도세 감면 종료 시기(2월 11일)가 다가오면서 경기도 용인과 인천 청라지구 등에서도 업 계약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양도세 감면 혜택을 노리고 투자 목적으로 분양권을 샀던 분양권 보유자들이 최근 잔금 결제일과 입주날짜가 임박하자 매물을 쏟아내면서 매수자가 원하는 대로 업 계약서를 써 주는 것이다. 기존 투자자는 이미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고 있어 업 계약서를 써 줘도 양도세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업 계약서와 다운 계약서는 명백한 불법행위다. 매수자가 실제와 다른 거래가격을 신고하다 적발되면 취득세의 1~3배에 달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석우 기자 yep2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