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월27일 취임했다. 정 장관은 이날 취임식과 기자간담회로 이어진 1시간여 동안 원고 1장 없이 취임 후 계획을 줄줄이 밝혀 눈길을 끌었다.
문화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에서 국회의원 11년을 보낸 '터줏대감'인 만큼 활자를 읽기보다 머릿속 구상을 풀어내는 게 훨씬 편했을 법하다. 취임전 인사청문회가 비교적 순탄하게 끝난 것도 문화계의 폭넓은 인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안팎의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우선 취임 후 정 장관은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유인촌 전 장관이 재임기간 예술정책에 집중했다면 정 장관은 '산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취임식에서 "문화산업을 제대로 영위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만들고 가능한 한 시장에 기능을 맡기겠다"며 규제개혁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장관은 "셧다운제(청소년 야간게임 이용 제한) 등을 포함해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문화부와 관련된 제도, 법 등을 개선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달라고 주문했다"며 "신속하고 단계적으로 (규제개선)할 수 있는 것을 국회 협조를 얻어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완화 등 문화산업 육성과정에서 방점은 '현장'에 뒀다. 본인이 의정생활을 하면서 모든 답이 현장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차원에서 정 장관은 관행처럼 굳어진 실·국별 업무보고를 받지 않고 관련 업계와 학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문화부 업무를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안전망 구축, 관광 산업의 질적 향상 등 분야별 큰 틀도 제시했다.
하지만 정 장관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우선 정부와 극도로 악화된 불교계와의 관계 개선 문제다. 정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정부 여당과 불교계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 주무 장관으로서 공무원 행동 지침을 만드는 등 제도적 보완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정 장관은 평창 유치가 2차례 실패한 요인 중 하나가 내부 분열로 인해 총력 투구를 못했던 것이라며 분열 않고 유치위원회 중심으로 단일 창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 기관장의 퇴출로 골이 깊어진 문화계 갈등 수습도 과제다. 정 장관은 유인촌 전 장관 시절 이뤄진 진보성향 산하기관장 경질 문제에 대해 "그 분들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자 예술인들"이라며 "사과 문제를 포함해 충분한 대화를 통해 풀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화통' 정 장관에게 거는 기대도 크지만 임기 문제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 장관이 현직 국회의원 신분으로 문화부 장관에 지명된 데다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총선에 나갈 경우 올 10월에는 장관직을 사퇴해야 한다.
한 문화계 인사는 "정 장관은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인맥도 넓지만 문화· 예술 정책 및 사업은 호흡이 긴 데 정치적 이유로 짧은 기간 공적을 남기기 위해 서두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